관객노트1(공연)

맘껏 웃자! 웃어 보자! - 휴먼 코메디

데스피스Park 2003. 8. 13. 09:17
~ 8월 31일(일) 화-일 4:30, 7:30/ 소극장 축제 (구, 오늘한강마녀 소극장)/제작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/공동구성/연출 임도완/

극을 보면서 스스럼없이 웃은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.
내 머리통이 티를 내며 웃음의 감각을 마비시키기도 하지만
무엇보다 희극의 부재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.

TV에서는 여전히 <개그 콘서트>의 시청률이 상한가를 치고
그 인기를 반영하듯 대학로에서도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삐끼들이 설치는 통에
뒷골목 개그도 성황을 이루지만
난 코미디도 진정한 희극배우도 없다고 감히 단언한다.

TV가 만들어낸 이 시대의 웃음은 즉흥적인 개그 판이다.
유행에 민감한 생명력 없는 웃음의 코드일 뿐이다.
즉흥적인 것엔 한계가 있다.
실소를 자아내게는 할 수 있어도
생명력 넘치는 통쾌한 웃음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.

웃음!

베르그손의 웃음의 의미를
이상구박사의 엔돌핀이나 황수관박사의 신바람을 들추지 않더라도
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.
오늘날 실존자체가 두려워진 현대인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청량제이다.

이 시대의 진정한 희극, 코미디언이 절실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.

휴먼 코메디(Human Comedy)!

입소문이 어느 정도 나 있고 앙코르까지 하는 공연임에도
우연한 기회에 별 기대 없이 공연을 보게 되었다.
딴 공연 보러 갔다가 사람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......,

(데스피스 캠페인 - 좋은 공연은 수없이 입방정을 떨어서라도 널리 보게 합시다!!!!!!)

그래도 개그콘서트가 아니라 코미디를 표방했다는 것이 시선을 끌고
삐끼가 없다는 것도 우선 마음에 든다. 하하하
무엇보다 마임극단으로 유명한 <극단 사다리>의 공연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믿음을 주자
편안한 마음상태가 된다.

어릿광대 코 분장을 한 배우가 친절히 세 가지 이야기의 공연이라 설명하며 극은 시작한다.

첫 번째 이야기, 가족은
바다로 떠나는 아들과 그 죽음을 예상한 듯한 가족들과의 이별장면을 담고 있다.
애절한 가족애를 촌극처럼 과장된 말투와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포장해
깊은 웃음?을 선사한다.

두 번째 이야기, 냉면은
하나의 재미있는 노래를 가지고
어설픈 한 사람이 당하는 상황을 연출해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.

세 번째 이야기, 추적은
한때 유행했던 <경찰청 사람들>이라는 재연연기의 개그 소재를 가지고
무대 메커니즘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놀라운 일인 다역의 환상으로
기막힌 긴장과 웃음을 자아낸다.

또, 마지막 5분에는 그 환상의 수수께끼를 풀어주면서 막을 내리는데
그 환상을 만들어낸 기발한 아이디어와 배우들의 힘든 훈련을 체험한 듯
절로 박수를 치게 만든다.

세 가지 이야기가 하나같이 단순한 상황이지만
치밀하게 계산된 상황의 연출과 훈련된 배우의 조화는 웃음의 포인트를 정확하게 잡아내고
무대의 환상까지 만들어낸다.

어느 순간 난 극과 현실을 넘나들며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
어릿광대의 모습을 이 무대에서 보았다.
그 때부터 머리통을 마비시키고 스스럼없이 웃을 수 있었다.

그렇게 웃다가 만났다.
착한 인간, 어리석은 인간, 위선적인 인간, 어설픈 인간......,

그래, 휴먼 코미디다!

인간 없는 코미디가 존재할 수 없다.
당연한 진리다.

<극단 사다리>에게 채울 수 있는 단점들을 보완한
<휴먼 코메디>를 고정 레퍼토리화하여
2의, 3의, 4의......, 새로운 휴먼 코미디를 만들고
이 시대 최고의 희극으로 거듭나길 관객으로서 진심으로 바란다.